더운 피 1차

더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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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을방학- 더운 피


1편

란마루가 바뀌었써..(._.

시무룩..

힝..
내 마음속에 란마루는 한 사람 뿐인데..

..

힝..


(._,

(,_,



[미술사 스터디 2주차] 색과 빛의 황홀경



앞서 우리는 고대의 예술을 지나쳐오며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세에 와서 우리가 해야하는 이야기는 색과 빛, 즉 색채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말했듯 중세에 예술가들은 높은 교양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대의 중요한 사상이 담겨있었는데 그것은 신에 대한 것이었다. 중세는 신의 시대였고 예술품은 신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예술품도 종교적인 철학 아래에서 창작되게 된다.

고대 사람들이 중시했던 카논, 이상적인 비례라는 것은 결국 미에 대한 형식적인 논의이다. 숫자로 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즉 그들이 바라보는 미는 가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중세에서는 미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그 이유는 아름다움은 신에 의한 결과이고 신은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므로 비가시적인 것. 즉 잴 수 없는 것, 그로인해 초월적인 어떤 것으로 표현되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어다. 그래서 중세의 장인들은 빛을 선택하였다.

그들은 신에게서 나오는 초월적인 빛으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실제의 예술품으로 창작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선택했어야 할까? 당연히 번쩍 거리는 황금, 각종 보석 등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중새의 사람들이 그들의 철학을 담아내기 위한 예술품의 겉모습, 즉 형식을 중요시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재료로 나타내어지는 '형식'의 중요성과 더불어 중세 예술의 또 하나 큰 특징은 바로 상징성이다. 중세의 신은 비유하기를 좋아했고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신이 숨겨놓은 비유들로 이루어져있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중세의 사람들은 예술품 곳곳에 그들이 세상에서 찾아낸 신의 기호들을 그려넣었다.사물들 중 무의미한 것은 없으며 모두 신이 어떤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중세에서 중시하던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인다고 말할 수 없었던 르네상스 에술가들과는 처음부터 달랐다. 그들에게는 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이미지와 텍스트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철저한 형식과 상징으로 점철되어져 단지 공인이었던 예술가들의 창의력은 어떻게든 표출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인데, 당대 실재와 환상의 구분이 없었던 세계관은 예술품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중세시대의 예술은 현대의 오느날 우리가 다시 재고해보기에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현대의 많은 예술과 공유하는 지점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게 논의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돌고도는 것이 예술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다음은 르네상스에 대하여 공부해보겠다.





[미술사 스터디 1주차] 아름다운 비례를 찾아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편

1장. 아름다운 비례를 찾아서.....

이미지는 형태와 색채로 구성된다. 비례론은 '형태'와 연관된다.
이번 장에서는 고대의 이집트와 그리스를 비교하고 중세와 근대로 이어지는 비례론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1-1)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이 둘을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 예술품에 비례를 적용시킬 때 객관적이냐, 주관적이냐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전자는 회화 후자는 디자인에 가깝다. 전자는 사생 후자는 구성에 가깝다. 전자는 구체적이고 후자는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는 객관적인 비례를 고대 이집트는 제작적인 비례를 사용했다.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이 둘 시대에는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각각의 카논이 있었다. (카논이란? -이상적인 비례를 말하는 것이다. https://mirror.enha.kr/wiki/카논). 이 이상적인 비례는 각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랐는데 고대 이집트가 내세, 사후세계를 중시한 것에 비해 고대 그리스는 변화하는 현세를 중시했다. 이같은 세계관이 비례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사람의 인체란 가변적인 것으로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길이나 비율이 달라졌다. 이상적인 비례를 찾기 위해서는 이같은 가변성은 창작의 장애물과도 같다.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는 이같은 가변성을 무시하기로 결정하여 있는 그대로의, 고정불변한 카논을 적용했고 그리스는 가변성을 띤 인체를 순간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최대한 보이는 대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집트가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곳을 대표적인 카논으로 설정하여 복제한 것에 비하면 그리스는 같은 부분이어도 다르게 표현되어져 그 모습이 일정하지 않다.

이같은 차이점은 결국 기술과 예술을 구분짓는 기준이 되었는데 사물, 인체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그것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 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이집트는 보는 사람이 누구이든 상관없다는 주의였지만 그리스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시점, 즉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리스는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품에 대해 아름다움, 미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함을 가진다.

1-2) 중세와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비례론의 변화.

우선 이같은 변화를 말하기 전에 책에서 다뤄졌던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바로 "예술 의지"이다. 앞선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를 보았듯이 예술가가 어떤 예술 의지를 가졌느냐에 따라 그 스타일은 달라진다. 에술가가 어떤 솜씨를 가지고 있느냐는 예술을 창작하는 데 있어 어떤 차별성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결국 예술의지,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어떤 의지를 갖고 표현하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만들어지고는 하니까 말이다. 지금 공부하는 미술사처럼 이상적인 비례라는 공통적인 화두 아래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시대처럼 말이다.

중세시대에는 인간보다 신이 중시되는 사회였다. 따라서 중세에서는 객관적 비례를 사용하던 고대와는 다르게 제작적 비례를 사용했다. 인간이 어떻게 생겼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어떤 신비한 비례를 갖고있느냐가 표현하고자 함에 전부였을 것이다. 고정된 비례가 사용되었고 관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으로 무수히 많은 작품이 쏟아졌으나 그것을 만든 자가 누구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이들은 예술가라기 보다는 기술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에 들어서며 화두는 다시 관찰로 넘어가게 되는데 '알베르티'와 '다빈치'는 인간의 비례를 실측함으로 이상적인 신체비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경험적인 산물로서의 예술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우주론적, 그러니까 중세의 기하학과 연관되는 이상적 비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뛰어넘은 것이 바로 뒤러이다.

뒤러는 근대에 다가서는 비례를 제시했다. 즉, '이상'적인 비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는 사람마다 제각각인 신체비례를 연구했다. 공통의 이상적인 비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혁신적인 발상이었지만 결국 비례론의 종말을 고하는 바가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비례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각각의 비례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의 예술가의 영역과 개성이 중시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성과 공통적인 기준, 이상적인 비율을 말하는 비례는 서로 상반되는 것이었으므로 근대에 이르러서 비례론은 결국 그다지 유용성 없는 이론으로 전락하고 만다. 현대에 와서도 비례론은 건축등에 더 많이 사용되고 중시되어진다.

여기까지가 1장의 내용이다. 누락된 부분은 많지만 내 나름대로 요약하고 재정리했다. 다음은 형태와 색채 중 색채가 중시되었던 시대를 공부할 것이다.






사계 1차

**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구름 솜구름 탐스런 애기구름
짧은 샤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 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찬 바람 소슬바람 산 넘어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영신은 눈을 떴다. 옆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여공들이 잠을 자는 숙소다. 고된 일에 드르렁 거리며 뻗은 사내들과 이리저리 겹친 냄새나는 몸뚱이. 영신은 몸을 일으켰다. 창문 밖에서는 하얀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디서 나오는 빛일까? 영신은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관두었다. 피곤한 까닭이었다.

영신은 복도로 나섰다. 작지만 또박또박하던 노랫말은 이제 흥얼거림이 되어 영신을 이끌었다. 벽 하나로 나눠진 숙소였다. 문이라고 할 만한 것도 붙어있지 않은 입구에 기대어 서 방을 보니 손전등 켜놓고 겨우겨우 바느질을 하는 여자, 윤혜가 보였다. 기척을 느꼈는지 윤혜가 고개를 들어 영신을 보았다. 어두워 얼굴이 보일리 없는데도 영신은 윤헤를 향해 웃어보였다. 언뜻 미련맞아 보이지만 윤혜 또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루종일 미싱을 돌리고도 또 바느질이냐."

영신의 나무라는 목소리에 윤혜는 제 머리를 다시 올려묶으며 말했다.

"고쳐 입지 않으면 일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쌀쌀한 새벽이었다. 멀리 보이는 적적한 산에서부터 낮이 올것이다. 어둠을 물리치듯 서서히 피어나는 꽃처럼. 허전한 밤하늘이었다. 둘은 남매였고 공장은 그들의 고향이었다. 머리가 자란 영신이 먹고 살 길을 전전하며 방황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둘은 한참을 가만히 안고 서있었다. 외로웠던 까닭이리라. 계집애 같이 예민하던 영신과는 달리 씩씩한 윤혜도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었으리라.
영신은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었다. 윤혜는 그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그것은 언제 배운 거야. 도시에서 배웠니?"
"그래."
"벌어오라는 돈은 안 벌어오고."

입을 비죽이며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며 영신은 불을 붙였다.

" 너, 담배를 왜 피우는지 아니?"
"안 피워봤는데 어찌 알어. 하나 줘볼테야?"
" 귀한 거다."

다시 볼을 부풀리는 윤혜를 보며 영신은 작게 웃었다. 폼잡으려고 피는 줄 알았는데 이거 없으면 못 버티겠다는 거야. 내 가진 걸 모두 이거랑 바꿔 얻은 것이란 말이야. 영신의 말에 윤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진 거 모두라면서 고작 그거 하나랑 바꾸면 어쩐담."

영신의 말을 이해하기엔 윤혜는 고작 16살,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 영신은 윤혜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잠을 잘 시간이었다. 잠에 들지 않으면 내일은 꾸벅꾸벅 졸게 될 것이고 공장에선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었으니까. 들어가라. 잠을 자야지. 영신은 윤혜를 달래듯이 말했다. 윤혜도 알고 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도 잠을 자야지."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린 윤혜가 잔소리를 하자 영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 다 태우고 들어간다."
"잘자라."
"그래."

혼자 우두커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벌레 우는 소리만 들리었다. 윤혜는 이제 겨우 16살이었다. 나는 이제 20이다. 내 몫으로는 부족해 윤혜의 몫까지는 해주어야 한다. 영신은 연기를 뿜었다. 몇 개비 남지 않은 가벼운 담뱃곽을 주머니에 넣었다. 외로운 새벽이었다. 세상에 남겨진 것은 윤혜와 자신뿐이었다. 공장은 그들의 고향이었다. 영신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였다.

**

"만지지 않으면 일을 못해?"
"눈깔이 허옇게 뒤집혀가지고는, 그 색골을 어쩌면 좋아."

빠듯한 점심시간 둘러앉은 여공들 사이에서 짜는 소리가 나왔다. 부장이 또 여공을 더듬은 것일테지. 이죽이는 얼굴을 가진 재수없는 늙은이를 떠올리며 남공들도 바닥에 침을 뱉었다.

"도무지 발정난 개새끼들밖에는 없다."
"아줌마들 주무르는 맛이 좋긴 한가보지."
"그게 무슨 맛이 있니."

남공들은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웃었다. 엿들은 여공 몇 명이 휙 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남공들을 더 즐겁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영신은 이 대화에 섞여들지 못하고 있었다. 윤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혜는 공장에서 가장 어린 여자아이였다. 조막만한 얼굴에 치켜뜨면 꽤나 귀여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미싱만 돌려 원래도 하얀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려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가 더 도드라져보였다. 영신이 마음 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니 여동생 따먹히지 않게 조심해라."

영신은 결국 참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낄낄거리며 자신에게 농을 던진 한 인간 때문이었다. 뚜벅뚜벅 영신이 여공들에게로 걸어가니 몇몇 여공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영신은 눈길이 가는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약간 마른 듯한 몸, 하얀 얼굴. 공장 사람 같지 않게 가만가만한 말씨에 말수도 적은 영신은 여공들의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울리는 우수가 있었다.

밥도 다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깨작거리던 윤혜는 동료들이 조용해진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오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는 것이 보였다. 추문을 들었을테지. 윤혜는 걱정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뭣하고 서있어. 여기 앉아봐."

짓궂은 여공들의 거센 손길이 영신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고 영신은 어쩔 수 없이 여공들의 점심 식사에 끼고 말았다. 키득거리며 재밌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영 달갑지는 않았지만 영신은 윤혜에게 물을 것이 있었다. 윤혜는 무엇을 물어볼 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아이 참, 괜찮대두?"
"정말이냐?"
"그렇다니까. 아직까지 손댄 적 한번두 없었다구."

영신은 윤혜의 단호한 대답에 그제야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안심할 것은 아니란다 얘."

영신이든 윤혜든 여공들의 수다든 관심없다는 듯 멀찍이 앉아있던 나이많은 여공하나가 입을 열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려던 영신은 무슨 말인가 싶어 우두커니 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작은 비웃음을 걸며 말을 이었다.

"들리는 소문이 있어. 공장장 바뀐 건 다들 알지? 아주 대단한 놈이 오는 모양이다."
"대단한 놈이면 좋지, 뭐가 걱정이야?"
"너는 눈치가 없어서, 그 소문이 아주 더럽다고."
"소문?"

여공들이 일제히 몸을 숙이며 수근거렸다. 서있던 영신은 우두커니 서서 그 말을 엿들었지만 어찌나 작은 소리로 소근거리는 지 드문드문 단어만 들을 수 있을 따름이었다. 여자, 남자, 젊은, 미친, 뭐 그런 단어들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윤혜가 더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켰을때 영신은 윤혜에게 나중에 들어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영신의 뒤로 "그러니까 조심해." 라는 소리가 들렸다.

**

내일은 새로 온 공장장을 대면하는 대면식이 있는 날이었다. 다들 깨끗한 옷으로 멀끔하니 나오라는 부장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콧방귀를 끼며 숙소로 돌아갔다. 영신은 영 걱정이 앞섰다. 난잡한 관계, 여자든 남자든 상관않는 변태, 그런 미치광이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윤혜는 눈에 띄이지만 않으면 된다며 걱정할 것 하나 없다, 그리 안심시켰지만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색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으므로. 영신은 도시에서 만난 젊은 여자들을 생각했다. 예쁜 얼굴,에 너무 빨리 분칠을 해버린 교태스러운 여인들. 자꾸만 그런 여인들과 윤혜가 겹쳐보이는 까닭에 영신은 고개를 연신 흔들었다.

"자, 모두 박수."

부장의 말에 짝짝짝 제각각의 박수가 이어졌다. 공장은 평소보다 늦게 시작했다. 꽤나 큰 공장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데 모여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모두 박수를 받고 있는 한 남자를 위해서였다.

"꽤나 곱상하게 생겼지?"
"곱상은 얘. 눈이 희번뜩하니 무섭드라."

영신은 뒷줄에 서있었으므로 맨앞 부장의 아부를 받고 있는 새로운 공장장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를 더 가까이서 본 여공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엿 들을 필요도 잠시 한 사람씩 악수를 해드리겠다는 부장의 큰 목청과 함께 일렬로 줄을 서라는 명령이 이어졌다. 영신은 눈으로 윤혜가 어디있는지 살폈다. 키가 크지 않은 여자아이라 거의 맨앞줄에 서있던 윤혜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공장장과 악수를 하는 것이 보였다. '무난하게 넘어간 모양이군.' 영신은 내심 안심했다.

악수의 차례가 영신의 바로 앞차례까지 오자 영신은 기왕 소문의 그 남자 면상이라도 보자 마음먹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검은 구두가 영신의 발 앞으로 다가왔다. 영신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공장장, 신 욱이라고 불리는 사내는 무척 젊은 나이에 공장의 소유주가 된 인물로 그 성품이나 행실이 이미 악평이 나있는 인물이었다. 추잡한 소문과는 다르게 그는 매우 번듯한 생김을 하고 있었는데 곧게 뻗은 콧날이나 시원한 눈매가 언뜻 곱상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하지만 영신이 느낀 것은 달랐다.

욱의 눈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말이다. 눈앞의 상대를 먹어치우겠다는 듯이. 그 눈길에 깔린 것은 짙은 조소였다. 영신은 마치 자신을 아래 위로 훑는 듯한 욱의 눈빛에 소름이 끼쳐 얼른 시선을 돌려버렸다. 악수가 끝날 때까지 영신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자신도 모르던 그 때 반갑습니다. 속삭이는 듯한 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신과의 악수가 끝났지만 욱은 다음 차례로 넘어가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직도 보이는 검은 구두에 영신이 떨리는 주먹을 고쳐쥐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아주 불쾌한 인간이구나, 영신은 생각했다. 걸음을 옮기지 않는 새 공장장 덕분에 웅성거림은 잦아들고 싸한 정적이 감돌았다.

"무언가 불편하신 점이 있습니까?"

부장은 당황한듯 욱에게 다가왔다. 욱은 부장에게 상냥하니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영신의 옷을 가리켰다.

"눈 뜨고 볼 수가 없군."

지목을 받은 영신이 놀라 고개를 들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주변도 순간 숨을 멎었다. 욱의 손이 영신의 가슴팍에 묻어있는 거스름을 탁탁 털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아내는 것이었다. 쯧, 하는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닦아낸 손수건을 툭하고 영신에게 던졌다.

"결벽증이 조금 있습니다."

입에 웃음을 머금고 말하는 공장장 때문에 영신은 들리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욱의 옆에 서있는 부장은 연신 영신을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래야 하는 일인가, 영신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일개 공장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 앞으로 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스쳐가는 공장장의 목소리엔 약간의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참 내 고결하면 얼마나 고결하다고 그 지랄인지."

김씨가 카악 가래침을 뱉으며 말했다. 영신은 들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았다.

"너 괜찮아?"
"뭘 괜찮고 말고를 물어. 안 잘렸음 그만이지."
"그래,그래."

거친 말씨지만 마음만은 투박한 이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영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영신은 그들에게 작게 미소 지어보일 뿐이었다. 재수가 없었던 거지. 누군가 한명 걸릴 줄은 알았는데 그게 나일 줄은 몰랐던 거지. 영신은 공장장이 떠난 후 자신을 붙잡고 일장 잔소리를 하던 땀많은 부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담배를 빨았다.

"앞으로 피곤해지겠어."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영신은 과연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던 전공장장과는 달리 이번 공장장은 운영에 직접적인 참여를 하겠다고 공연히 밝혔기 때문이었다.

영신은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윤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까지 철없는 오빠 노릇만 할 것인가. 영신은 그런 생각에 한숨과 함께 연기를 뱉어냈다. 다시는 걸리지 말자, 그런 다짐과 함께 말이다.

**

또였다. 윤혜는 눈을 찌푸렸다. 미싱을 돌리는 장갑이 한두번 멈춰 위험할 뻔도 했다. 새로 부임한 공장장이 공장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말한것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는지 욱은 커다란 공장을 이곳저곳 쏘다니며 눈길을 주었다. 방임주의의 전임에 익숙해있던 직원들은 그런 그의 시선이 거북스러웠지만 딱히 트집을 잡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기에 슬금슬금 눈치만 보는 시점이었다. 다만 윤혜를 스치는 손길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깨를 감싸오는 그의 손길에 윤혜는 대놓고 말은 못하고 우물쭈물 미싱기만 돌릴 뿐이었다. 결벽증이 있다면서 나는 어찌 이리 잘만지나, 윤혜는 생각했고 힐끔 그의 얼굴이라도 보고자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욱도 마침 윤혜를 보고 있어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그 자식하고 눈을 맞추지 말란 말이야. 오빠가 했던 말이 생각나 윤혜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나이가 몇이지?"
"......열 여섯입니다."
"어리군."

한번 마주친 시선은 돌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젊고 훤칠한 얼굴이 호감을 줄만도 했으나 오빠의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윤혜는 눈앞의 인간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욱은 눈을 살짝 접어 웃어보이며 윤혜에게 말했다.

"잠시 나 좀 보지."

곧 다가올 점심시간에 시계를 흘끔거리며 확인하던 다른 여공들이 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예..예"

엉겁결에 윤혜는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영신아, 윤혜를 데려간 모양이다."
"누가 말입니까?"
"누구긴 누구야. 시퍼런 공장장놈이지."

영신은 김씨의 말에 먹으려던 것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가 누구를 데려가? 영신은 소문과는 다르게 잠잠했던 공장장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니가 가서 뭘 할 수 있다고. 그냥 가만 있어!"

충고하는 동료들의 말을 뒤로 한채 영신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윤혜, 윤혜야.



**




매일 조금씩 써내려가는 중.
...그냥 누구 보여줄 생각도 없고 자기만족을 위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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